손흥민이 '손샤인'이라는 새 애칭을 얻게 됐다. 개성 넘치는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이 몸도 마음도 한결 성숙해져 얻게 된 별명이다.
손흥민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E조 조별리그 2차전 CSKA 모스크바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자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28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손샤인이 토트넘의 UCL 첫 승을 이끌었다. 최근 손흥민의 엄청난 활약이 토트넘에 승리를 선물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시즌 사실상 벤치 멤버로 분류돼 언론 조명조차 받지 못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손흥민은 한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와 국내에서 '미운 털' 박힌 존재였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 준 자유분방한 행동과 다혈질적인 성격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1일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후반 44분 교체되자 울리 슈틸리케(62) 감독 앞에서 잔디를 걷어 찼다. 이어 코칭스태프 앞에서도 물병 뚜껑을 발로 차버린 그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고개를 숙이고 불편한 감정을 온전히 드러냈다.
손흥민은 6월 1일 열린 스페인과 원정 평가전에서도 교체된 뒤 수건을 집어던져 구설에 올랐다. 주장 완장을 찼던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그간 행실을 더욱 문제 삼는 분위기였다. 그는 혈기 넘치는 20대 초반답게 사랑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을 때 아이돌 출신 연예인과 열애설이 터졌고, 소속 구단 휴식일에 다른 구단의 입단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사건이 보도되자 손흥민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26일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손흥민은 최고조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외적으로 보이는 불손한 태도는 고쳐야 할 것"이라며 그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소속팀에서도 손흥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토트넘 감독은 그에게 이적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틈만 나면 경기에 출장한 손흥민의 교체를 지시했고, 그의 팀 내 경쟁자들을 지지하면서 '소니'의 이름만은 쏙 빼놔 갈등설을 부추겼다. 국가대표팀 차출을 원하는 선수와 이를 반대하는 구단의 의견 차도 불화의 씨앗 중 하나가 아니냐는 후문이 일었다. 올 시즌에 불거진 '이적설'은 손흥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긁었다. 현지 매체는 한때 500억~600억원대였던 그의 몸값이 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흘렸다.
평생 동안 받을 만한 비난을 한꺼번에 들어서일까. 절치부심한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 앞서 포체티노 감독을 찾아가 "경기에 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 역시 시종 뻣뻣하기만 했던 선수의 진심을 알고 받아 줬다. 이후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매 경기 헌신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고 있다. '소농민'으로 불렸던 손흥민이 손샤인이 된 건 비난을 성숙의 계기로 만든 현명함에 있었다.